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어느 평범한 날의 식집사 일기

주애 2021. 10. 16. 20:46

식물을 키울 때, 무한 애정을 쏟아야 할 것 같지만

사실은 적당한 무관심 속에서 더 쑥쑥 자란다.

내가 키웠던 대부분의 화분이 그랬다.

과하게 애정을 품은 식물은

과습으로 죽어버리거나,

금방 싹을 틔우지 않음에 혼자 조바심 내다가

이내 그 화분을 지켜보는 것에 질려버렸다.

그렇게 몇 년 동안 시행착오를 거듭한 후에

적당한 무관심도 약이라는 것을,

그동안 본인의 생장에 집중하고 있음을 깨달았다.

적당한 거리와 적당한 무관심

그리고 스스로의 성장에 집중하는

우리네 인생과 참 닮아있다.

그래서 더 정이 간다.

새싹이 나고 시들기도, 더 자라나기도 한다는 것은

내 삶 또한 어제보다 한발치 나아갔다는 증명 같기에

그러다보니 5년째 키우고 있는

몬스테라가 동반자처럼 느껴졌다.

어린시절 우연히 키웠던 거북이가

아직도 엄마집에 있는 것 처럼,

몬스테라도 새로운 내 보금자리에

자리를 틀고 뿌리를 내렸다.

싹 하나에, 흙마름 하나에 일희일비하던 시간은 가고

각자의 생장에 집중하다 만나는 우리.

오빠는 왜 갑자기 들여다보고 닦아주냐고 하지만

이런 순간도 필요한걸!

필리아페페 다 죽음 ㅠㅠ

올해 초에 데려온 필리아페페는

아주 더운 여름, 베란다에 내어놓고 여행을가는

단 한번의 실수로 인해 거의 전멸했었다.

필리아페페 다시 살아남ㅎㅎ

그러나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

폭탄머리로 웃음을 주었다.

본 식물의 뿌리에 기생하는 자구들 덕분인데

충분히 키워 엊그제 분갈이를 했다.

자구는 뿌리를 더 내어 친구들에게 선물할 예정이다.

기분좋은 생명력을 공유하고 싶다.

그 밖에도 병충해로 애 좀 먹었던 호프셀렘,

진정한 무관심으로 키우고 있는

피쉬본선인장과 아라우카리아,

그리고 최근에 새로 들인 몬스테라 아단소니까지

각자의 해프닝으로 잘 자라가겠지.

문뜩 아침 드라마에서 식물을 닦으며

허허 하던 어르신들이 생각나다.

아마도 나름의 인생의 진리를 깨달으며

힐링중이셨던걸로...

#나이가들었나봄

 

http://www.instagram.com/house.bonjour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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